에이전시, 편견이 깨졌습니다
안녕하세요. 림앤코 매니저 jee입니다. 어느덧 림앤코에 합류한 지 1년이 넘었는데요. 처음 입사한 계기를 소개하려고 해요. 지난 커리어와는 다르게 제가 원하는 기준과 가치를 고민해보고, 입사한 첫 경험이었거든요. 그럼 시작할게요!
에이전시에 대한 편견이 많았습니다. 일감이 많고, 클라이언트 의견대로 곧이곧대로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거든요. 다음 이직할 회사를 고른다면, 에이전시는 무조건 거른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전시를 택했어요. 업종 성격보다, 일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입사하게 됐는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말해볼게요.
회사와 잘 맞는지 궁합(?)보기
8개월 차 프리랜서 시기를 보낼 즈음, 한 에이전시에서 입사 제안을 받았어요. 그게 림앤코인데요. 안 들어갈 이유는 딱히 없었어요. 퇴사하고 막상 프리랜서로 일하니 흥도 떨어지고, 포트폴리오도 탐나더라고요. 추구하는 콘텐츠의 결도 좋았고요. 그래도 바로 응하기는 어렵더라고요. 드라마(aka 대행사)처럼, 야근을 밤새서 한다는 둥, 갑질을 엄청나게 당한다는 둥 관련 루머가 떠올랐거든요.
제가 택한 방법은 검증인데요. 들어가고 싶은 곳인지 가설을 세워 검증하기로 했어요. 회사가 후보자를 면접하듯, 저도 회사를 면접한다는 마음으로요. 다행히 프리랜서 신분으로 먼저 일할 수 있어, 운 좋게 근무 환경을 면밀히 살필 수 있었어요. 일하는 방식, 업무량, 회사 문화를 눈치껏 살폈고 직원들의 솔직한 답변이 듣고 싶어 회사의 장단점을 묻기도 했어요. 어느 회사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 단점을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를 봤어요. 확신이 들자 rim님(aka 대표님)에게 이메일 한 통을 보냈어요. 하고 싶은 업무와 채우고 싶은 역량을 정리해서요.
메일을 토대로 서로의 기대치를 확인하는 대화를 나누니, 회사에서 저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일 만족도가 높은 입사 프로세스이기도 했고요
<내가 회사에 요구하는 사항>
일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공유하고 싶어요 - 결과물뿐 아니라 태도, 방식 등 문화를 공유하는 업무 (예시 : 홍보 콘텐츠 작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개선하고 싶어요 - 감으로 콘텐츠를 개선하는 대신, 데이터로 성과 분석 및 콘텐츠 디벨롭
<회사가 나에게 요구하는 사항>
기획력 - 뾰족한 기획력과 눈길이 가는 카피를 뽑는 능력 -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 능력
디자인 컴케 능력 - 디자이너와 매끄럽게 컴케하는 능력 / 디자인 이해도
넵무새 대신, 윈윈하는 법 배우는 중
에이전시를 다니는 지인이 종종 말했던 게 있어요. ‘결국 클라이언트가 결정하는 거예요. 저희는 넵무새하는 거고요.’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제안서를 밤새 쓰는 게 에이전시 사람들인데 씁쓸하더라고요. 서로 생각하는 지점이 달라 클라이언트와 조율할 수 있지만, 주체성을 빼앗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여기는 제가 생각한 에이전시와는 달라 보였어요. 방향을 주도적으로 끌고 제안하는 곳 같았거든요. 단순히 콘텐츠 제작 업체라고 말하기보다 브랜드에게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하기 위한 컨설팅이나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도 봤고요. 어떤 미팅에서 rim님은 격식 있는 옷차림보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간다는 말을 해줬어요.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일한다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라면서요.
그런 문화에 반해 입사했지만 여전히 저는 담당 클라이언트의 말에 잘 휘둘립니다. 생각한 대로 클라이언트와 조율되지 않을 때도 있고요. 그럴 때 rim님이 건네는 조언이 꽤 도움 됐어요. “오히려 브랜드 측에서 jee님이 이렇게 하자고 먼저 제안하는 게 더 원하는 걸 수도 있어요. 이제까지 흐름과 배경을 이야기하면서 설득하면 다 동의할 분들이에요.”라고 다른 시각을 말해줬거든요. 클라이언트의 이슈를 유연하게 대처하되 주도성을 잃지 않는 것. 초보가 낑낑대며 줄다리기하는 느낌인데요. 덕분에 매끄럽게 컴케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연습
과거 제 커리어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에디터였는데요. 여기서는 ‘콘텐츠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제작자들끼리(디자이너, 에디터) 콘텐츠를 완성도 있게 만드는 업무에 몰두했다면, 요즘은 예산, 전략, 제작, 개선 등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전반적인 영역을 살피고 있어요. 에디터로 일할 때만 해도 콘텐츠 제작에 어느 정도 감이 있다고 여겼는데, 어설픈 착각이었더라고요. 롱블랙에서 본 테라로사 대표의 글이 뒤통수를 세게 때렸는데요.
“꼭 원산지를 직접 찾아야 좋은 원두를 고를 수 있을까요. 김용덕 대표는 “원두가 생산되는 모든 과정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커피를 맛볼 때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알 수 있대요.
”모든 일이 한 단계 더 들어가기 전에는 비슷해 보입니다. 굳이 더 들어가지 않아도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더 들어가 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려요. 들어간 사람만 보는 세계가요.
원두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지켜본 사람은 커피를 마시면서 이 맛이 왜 나는지를 알아챕니다. 이 원두는 가공할 때 이런 실수가 있었겠구나, 로스팅 단계에서 열과 공기의 흐름을 잘못 다뤘구나,
-롱블랙Longblack, 테라로사 편-
커피처럼, 콘텐츠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단순히 맛깔난 카피, 감각적인 디자인 말고도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게 필요했어요. 이 정도 예산일 때면, 어떤 콘텐츠가, 몇 명이서 투입되는 게 최선인지. 성과는 어떻게 파악해야 좋은지, 개선하려면 어떤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지 등. 언젠가는 넘어야 하는 산인 만큼, 그냥 해보는 중입니다. 하다 보면 능숙해질 거라 믿으면서요.
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림앤코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에서 림앤코(@rimandco_com)를 찾아주세요!